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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7년 7월 3일 - 「동북아역사지도」 제작 회의록을 보니…… 등록일 2017.09.27 19:36
글쓴이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조회 1912
-고조선은 지우고 산융, 동호는 살리고

대한민국 국고 47억원을 들여 만든 「동북아역사지도」, 이 지도를 만들기 위한 회의 중 하나가 ‘한국고대 역사지리 7차 토론회(2011, 7, 6~7)’라는 것인데, 대전 유성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국민세금으로 먹고 자고 하면서 나눈 대화록이 ‘실수로(?)’ 국회 동북아특위에 제출되었다. 이 회의록을 보면 비단 역사학자가 아니라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의 관점에서 봐도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단군, 만들어진 신화』의 저자인 송호정 교원대교수는 “요서는 산융이나 동호의 거주지역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중국 요서지역을 뜻하는 하북성, 내몽골 일대에서는 비파형 동검 같은 고조선 유물이 쏟아진다. 청동기를 만드는 거푸집도 쏟아지는 것으로 봐서 고조선의 중심 지역 중의 하나다. 이에 골치 아파진 중국 동북공정 추진 학자들이 만들어 낸 논리가 ‘고조선 유물이 아니라 산융이나 동호 같은 유목민족들의 것’이라는 것인데, 이를 추종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주장들이 아무런 학문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사기』 「흉노열전」에 수록된 동호는 고조선이라고 갈파한 것까지 언급할 것도 없다. 고조선 유물들은 ‘고조선 것’이라고 특정할 수 있는 반면 산융·동호는 그 특징을 특정할 수 없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지금의 요서지역이 과거 ‘고조선’ 강역이었음을 부인하기 위해 ‘산융·동호’를 끌어들인 것인데, 대한민국 국민세금으로 먹고 자면서 회의를 한 이들은 누구를 위해 이런 동북공정 논리를 반복하는가?

-고조선의 특별성을 약화시키자?

국회 특위에 지도 제작측 대표로 나왔던 임기환 서울교대 교수는 이 회의에서 “동아시아 문화지도를 제시하여 고조선의 특별성을 약화시키자”라고 제안했다. 대한민국 국민세금으로 먹고 자는 회의면 당연히 “고조선의 특별성을 강화시키자”라고 해야 정상인데, “약화시키자”라고 말했다. 임기환은 또 “동부여의 범위는 훈춘 중심으로 해서 작게 표시”하자라고 말했다. 동부여에 대해서는 문헌이나 고고학이나 알려진 사실이 그리 많지 않다. 연구 시작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건만 그 진상이 드러나기도 전에 ‘작게 표시’하자는 것이 「동북아역사지도」 편찬 책임자들의 방침이다. 조선총독부에서 만들어 이병도 교수에 의해 해방 후에도 하나뿐인 정설, 통설의 기초 이론으로 확립된 ‘한국사 강역축소론’은 이들의 신앙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나라 진개가 민족 영웅인가?

회의록에는 이들이 ‘점심 먹으면서 진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진개(秦開)는 전국시대 지금의 북경 부근에 있던 연(燕)나라 장수인데, 사마천의 『사기』 「흉노열전」에는 동호(東胡)에 인질로 갔다가 돌아와서 동호의 강역 1천여리를 빼앗은 인물로 나온다. 또한 진수가 쓴 『삼국지』에 인용된 『위략(魏略)』에는 고조선의 서쪽 땅을 침략해 2천여 리를 빼앗은 연나라 장수로 나온다. 고대사 연구가인 황순종 선생은 『식민사관의 감춰진 맨얼굴(만권당, 2014)』에서 동호와 고조선을 공격한 두 사건인 것처럼 서술된 두 사건이 사실은 한 사건을 달리 기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진개가 그토록 훌륭한 장수면 『사기』, 『한서』 「열전」에 수록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봐서 그리 대단한 전공이 아니었다고도 설명했다.
 
『사기』를 쓴 사마천이나 『한서』를 편찬한 반고가 그리 주목하지도 않았던 ‘진개’는 「동북아역사지도」 편찬자들이 점심을 먹으면서까지 대화를 나눌 정도로 훌륭한 장수로 둔갑했다. ‘고조선의 특별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적임자였던 것일까? 이런 관점으로 만들어진 「동북아역사지도」, 이 지도 사업을 중단시켰다고 거품 무는 카르텔 언론들, 단재 신채호 선생은 「독사신론」에서,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단재 신채호를 “세 자로 말하면 또라이, 네 자로 말하면 정신병자”라고 공개학술회의 석상에서 말하는 역사학자, 여기에 항의도 안하는 역사학자들,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들의 나라가 대한민국인지, 대일본제국인지, 중화인민공화국인지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결론을 내리고 나서 교단에 서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 바란다. 카르텔 언론인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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