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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7년 7월 31일 - 김현구 씨 책과 청년 노동자 등록일 2017.09.27 20:59
글쓴이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조회 1988
-임나일본부설과 한반도 남부경영론

항소심 공판을 마치고 지인들과 법원 밖으로 나오는데 한 청년이 다가와서 물었다. 
“김현구 저 사람, 자기 책에 써 놓고 왜 부인해요?”
김현구 씨가 자신의 책에 임나일본부설을 써놓고 지금은 왜 부인하느냐는 것이었다. 김현구 씨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은 “임나일본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고 주장했고, 한겨레는 이를 그대로 써 주었다(2014년 10월 7일자). 나에 대한 반론 청취는 물론 없었다. 지금 『한겨레 21』은 『조선일보』에서 “국사학계의 무서운 아이들”이란 닉네임을 붙여준 위가야의 입을 빌려 김현구 씨는 임나일본부설을 비판했는데, 내가 오독했다고 다시 비판하고 있다. 김현구 씨가 자신의 책에서 ‘임나일본부’라는 용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히긴 했다.
“한국 학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임나일본부’라는 용어보다는 한반도 남부지배라는 본질을 담고 있는 일본 학계의 이른바 ‘남선(南鮮)경영론’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남선경영론’은 ‘남조선경영론’을 줄인 말로 현재 한국에서 사용하는 용어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남조선경영론’을 현재 한국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바꾼다면 ‘한반도 남부경영론’ 정도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김현구,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 21~22쪽)”
김현구 씨는 ‘임나일본부’라는 용어는 한국 학계에서 사용하는 용어인데, 이보다는 “한반도 남부지배라는 본질”을 담고 있는 일본 학계의 이른바 ‘남선(南鮮:남조선)경영론’이 더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남조선’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대신 ‘한반도 남부경영론’이란 용어가 맞다는 것이다. 김현구 씨가 말하는 ‘한반도 남부’란 조선총독부의 스에마쓰 야스카즈가 『임나흥망사(1949)』에서 주장한 것처럼 경상도에서 전라도까지 걸치는 광역의 개념이다. 또한 김현구 씨 자신이 지은 책 제목이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다. 자신이 책 제목에서 ‘임나일본부’라는 용어를 써 놓고는 딴소리하는 것이다.

-청년 노동자가 이해한 김현구 씨의 ‘임나일본부설’

그 청년은 자신의 태블릿 PC를 보여주었다. 김현구 씨의 책에서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었다. 필자는 박사과정 쯤 다니는 대학원생으로 짐작하고 무엇을 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회사 다니는 노동자라는 것이다. 그때 이 사회가 만만치 않구나 라는 감동이 왔다. 그 청년 노동자가 보여준 것은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의 27~28쪽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광개토대왕비의:괄호는 필자)404년 내용은 한일 학계에서 회칠을 해서 고쳤다는 논란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단순해서 해석에도 이의가 없다. 따라서 왜가 황해도까지 올라가서 고구려군과 싸우기 위해서는 한반도 남부의 가야나 백제, 신라 등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일본학자들은 광개토대왕비문의 내용은 당시 야마또정권이 임나를 직접 지배하고 백제와 신라를 간접 지배했다는 일본서기의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확실한 자료라고 주장한다. 
한국 학계에서는 왜가 대방계까지 올라가면 한반도 내륙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 바다를 통해 곧바로 올라갔을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비문의 400년 기록 “대왕은 보병과 기병 5만을 파견하여 신라를 구원케 하였다(...)관군이 바야흐로 이르자 왜적이 물러가므로, 뒤를 타고 급히 추격하여 ‘임나가라’의 종발성에 이르렀다”-광개토대왕비문 영락 10년조-에서 당시 대방계까지 올라간 왜의 거점이 ‘임나가라(임나가야)’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가 '대방계'까지 북상할 때도 '임나가라' 즉 한반도 내륙을 거쳤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김현구의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의 27~28쪽 )”
김현구 씨는 이 청년 노동자가 지적한 것처럼 야마토에서 온 왜가 서기 400년과 404년에 한반도를 마음대로 휘젓고 다녔다고 썼다. 문제는 이런 기술이 『삼국사기』·『삼국유사』는 물론 『일본서기』에도 없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졸지에 야마토에서 건너온 왜군은 한반도 남부에서 북부까지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강군이 되었다. 제철기술도 없던 때에. 김현구 씨 책에는 이런 모순이 수도 셀 수 없이 많다.

-청년 노동자의 해득력과 대한강사의 해득력

이 청년 노동자 백승혁 씨가 내 페북에 댓글을 남겼기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 다음 공판 때도 오겠느냐고 묻자, “오늘은 마침 쉬는 날이라서 왔지만 그날은 쉬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답했고, 결국 못 왔다. 노동하는 바쁜 와중에 틈틈이 보고도 김현구 씨 책의 본질을 정확하게 간파한 청년 노동자 백승혁 씨와 “내가 김현구 씨 책을 오독했다”는 고대사 전공 대학강사 위가야, 이 둘의 경우가 현재 한국 고대사학계와 대학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얼마 전 나를 찾아왔던 고교 2학년생들이 식민사학의 현 주소를 아주 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나야 그렇다고 치고 이 분야에 30여권의 학술저서와 300여편의 학술논문이 있는 고 최재석 고려대학교 교수가 김현구 씨 책을 읽을 줄 몰라서 같은 대학 교수면서도 그렇게 비판한 것이 아니다.

-야마토에서 온 호즈미오노미가 영산강 동쪽을 직접 지배했다고?

김현구 씨 책은 주어와 목적어를 불분명하게 서술하는 식으로 자신의 속생각을 감추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의 책에 담긴 내용을 간파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책 곳곳에는 백제는 야마토왜의 식민지이고, 야마토왜는 한반도 남부를 직접 지배했다는 내용이 널려 있다. 아래는 그런 서술 중 하나이다.
“(야마토왜에서 온) 호즈미노오미 오시야마가 지방장관으로 있던 차리(김현구 씨는 영산강 동안으로 비정)는 전방후원형 고분이 발견되는 지역과 중복된다. 다시 말하면 전방후원형 고분이 발견되는 지역은 왜계 백제관료가 지방장관으로 배치된 지역 중에서 백제 조정이 직접 장악하고 있던 지역이나 중앙에서 군을 파견하여 상주시키던 지역이 아니라 조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스러운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영산강 동안 차리의 지방장관으로 있던 호즈미노오미 오시야마야말로 ‘백제 중추의 왕통이 아니라 직접 왜와 교류관계가 있던 지방수장’이라는 성격에 맞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된다(김현구,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 193쪽)”
위 기술은 “①호즈미노오미 오시야마가 영산강 동쪽까지 다스렸다. ②이 지역은 백제 왕실이 장악하지 못하던 지역이다. ③직접 왜에서 파견한 호즈미노오미가 지배하던 지역이다”라는 세 단락으로 나뉘어져 있다. 김현구 씨가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 27쪽에 실은 지도와 사진이 일본의 극우파 역사교과서인 후쇼사의 『일본사』 고대편의 지도 및 사진과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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